세계일보/입력 2023-06-16 15:09:12, 수정 2023-06-16 15:09:34

정신질환으로 복용하던 약을 끊은 뒤 어머니를 폭행해 죽게 한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대법원이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자신의 주거지에서 침대에 누워있던 고령의 어머니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의 어머니는 유방암을 앓고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아 앞을 보지 못해 거동이 불편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A씨는 누나들이 어머니를 돌보지 않는다며 불만을 품었고, 자신이 혼자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안방 침대에 누워있던 어머니의 얼굴과 가슴 부위를 수 회에 걸쳐 폭행해 다발성 골절과 허파 파열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하더라도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뒤 통원치료를 받아오다가 사건 발생 한 달 전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1심은 A씨 측의 심신상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피고인은 긴급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모친이 방에서 사망한 사실, 사망한 피해자에게 이불을 덮어준 사실, 이전에는 피해자를 폭행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범행 전후 상황을 충분히 기억하고 있었다"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양형부당의 이유로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대법 역시 심신상실 상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